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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오감차(茶): 차의 다섯가지 매력

by 건강수 2023. 7. 2.

차를 마시면 오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감차라 부른다. 와인을 음미하는 방법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 난 후 색상과 투명도를 살피고 잔을 돌려 향이 퍼지게 한 다음 냄새를 맡고 한 모금 마신다. 이러한 방법은 포도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입속에서 와인을 음미하며 혀의 미각을 완전히 일깨운다. 차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모든 것이 준비된 와인과 달리 차는 마시는 사람이 직접 우려서 최종적인 맛을 완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각만이 아니라 시각과 후각, 촉각을 가동해야 하고 기억과 추억으로 차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썸네일 차의 다양성
다양한 변화로 눈을 즐겁게 하는 차

 

으로 즐기는 찻잎의 다양한 형태


음식의 맛을 볼 때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말이 있다. 찻잎은 완전하든 분쇄된 것이든 모두 신비롭다. 그 찻물과 함께 변해가는 것을 보는 것이 맛보는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차 전문가들은 맛과 향이 가장 잘 우러나고 심미적인 아름다움도 높일 수 있도록 찻잎의 형태를 잡아준다. 녹차를 조그만 진주처럼 동그랗게 만 '재스민 펄', 납작하고 곧은 모양의 '용정차', 작고 길쭉한 모양의 '벽라춘' 등은 찻잎의 모양을 낸 독특한 형태로, 누구라도 시선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대용량의 생산을 위해 기계로 작업한 차도 멋지지만 길쭉한 꼬챙이 모양의 일본 '전차'는 찻잔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찻잎의 색상 역시 눈길을 끈다. 찻잎의 색은 맛보게 될 차가 어떤 종류이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광택이 도는지 여부와 오래 묵은 것처럼 윤기가 없는 경우를 보면서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차


눈으로 찻잎을 살핀 후 이어서 향기를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미각보다 후각이 훨씬 민감하게 작용한다는데 동의한다. 사람은 수천 가지 냄새를 구별할 수 있고 한 가지 냄새 속에서도 10가지 다른 강도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콧속의 후각 수용기가 약 1만 개의 독특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포함해 음식이나 음료의 향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이 입안에 있을 때 입을 닫고 숨을 내쉬는 것이다. 끝맛이 진한 우롱차를 맛보면서 이렇게 하면 대부분 우롱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향은 기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특정한 기억 속 특정 시간이나 장소, 인물, 사물 등을 떠올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냄새를 맡으면 그 정보는 기억의 저장소인 '해마'와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에 전달된다. 그래서 냄새에 대한 정보는 관련된 기억과 함께 저장된다. 특히 강한 감정을 일으켰던 향기 나 냄새일수록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된다. 

입안에 전해오는 촉각


차를 음미하는데 필요한 감각 중 하나는 입에 닿는 느낌이다. 차는 종류에 따라 떫은맛의 정도가 달라진다. 차, 와인, 혹은 익지 않은 과일을 먹을 때 입속에서 느껴지는 건조하고 거칠며 혀가 오므라드는 감각이 바로 떫은맛이다. 떫은맛은 찻잎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폴리페놀인 탄닌의 영향으로 생겨난다. 탄닌의 함량이 높을수록 떫은맛이 강해진다. 차가 특정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이유 중 하나는 떫은맛이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느끼한 음식으로 인해 입속에 넘쳐나는 기름기를 곧장 씻어내 주는 것이다. 또한 입속의 촉감이 차의 농도와 점성을 감지해 얼마나 진한지, 연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느껴지는 미각


차를 즐기며 마지막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미각이다. 혀에는 울룩불룩 솟아 있는 돌기가 있다. 일부 돌기 속에는 맛 수용이가 있어 미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신호를 보내 특정한 맛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먹고도 같은 맛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맛을 느끼는 것도 유전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온도도 맛에 영향을 준다. 쓴맛은 실온에 있을 때보다 뜨거울 때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단맛은 차가울 때 더 강해진다. 차를 마실 때 직접 물 온도를 조절해야 하므로 이 점은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차를 맛볼 때 같은 차를 각기 다른 온도로 우려내 온도에 따라 차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각

차는 맛과 향뿐 아니라 가슴속 추억으로 따스함도 더해준다. 차를 시음할 때 향과 맛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적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기억을 활용해 차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구축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것들을 새로운 차를 맛볼 때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듯 차를 맛볼 때 마음속 깊숙이 파고들어 차(茶)에 얽힌 기억을 떠올리고 차(茶)에 관한 추억을 되뇐다면 가슴이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차는 시간, 후각, 촉각, 미각, 공감각 등 차를 음미할 때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차 맛을 모르겠다고 여러 사람과 있으면서 주저하거나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다양한 감각이 느껴지는 만큼 차를 맛보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차 한잔의 맛과 향뿐만이 아니라 함께 차를 마신 사람과의 추억, 감정, 고민 등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