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다양한 차문화를 가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사모바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러시아 차이다. 사모바르는 긴 금속 용기인 삼발자리와 함께 제공되는 특별한 차 세트로 차를 마시는 동안 차가 계속해서 따뜻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이웃 나라까지 전파된 러시아의 유명한 물 끓이는 주전자이다. 아마도 차를 즐기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종종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차를 마시는 동안 대화를 나누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해 발명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차 문화는 어떻게 발전되었을까?
러시아의 차문화, 17세기말에야 시작되다
러시아는 영국과 견줄 만한 홍차 소비 대국이다. 17세기말, 러시아는 중국과 무역 및 영토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차(TEA)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수백 마리의 낙타가 끄는 마차들이 사막과 산맥을 지나 일 년이 넘는 대장정 끝에 차와 목화, 비단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실어 날랐다. 어렵게 구한 만큼 시장에 나온 차는 가격이 매우 비싸 부유층만이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었다.
1735년에 러시아의 엘리자베스 황후가 민간 마차 무역을 시작하면서 차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18세기말 경엔 러시아의 모든 계층이 차를 즐기게 될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일 년에 1600만 kg의 차를 소비했을 정도로 차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1900년대 들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완공되며 한 번에 더 많은 차를 더 신속하게 들여올 수 있었다. 한 번에 많은 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차는 러시아인들에게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가 되었다.
혹한의 기후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다구, 사모바르
러시아는 그들만의 찻주전자인 '사모바르'를 개발했다. 사모바르는 러시아어 그대로 해석하면 '스스로 끓인다'는 뜻으로 뜨거운 물을 끓이는 도구다. 혹한의 러시아 기후 때문에 생겨난 '다구'라 할 수 있다. 사모바르는 몽골의 화로를 본떠 만들었다고 하는데 , 바닥 쪽에 물을 따르는 밸브가 달려 있고, 상단부에 열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으며 꼭대기에는 작은 찻주전자를 올릴 수 있는 고리 형태의 받침대가 달려 있다. 그리고 바닥과 몸통은 금속으로 되어있다. 1770년대 말, 최초의 사모바르 공장이 모스크바 남쪽에 위치한 공업도시 '툴라'에 세워졌다고 한다. 전통 방식의 사모바르는 석탄이나 숯으로 가열해 크기가 컸지만, 이후 전기 가열 방식으로 변형되면서 크기가 작아졌다.
진한 농축액을 만들어 계속해서 마시는 러시아의 차 문화
우선 사모바르에 물을 넣고 끓인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부어 예열한 후, 물을 따라 버린다. 찻주전자에 찻잎을 가득 넣어 진한 농축액이 만들어지도록 우리는데, 이것을 '자바르카'라고 한다. 자바르카를 잔에 조금 붓고 '사모바르'의 밸브를 열어 끓인 물을 추가해 희석시킨다(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투명한 유리잔에 차를 마신다. 그래서 에나멜과 은으로 세공해 장식한 컵 홀더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와 물의 비율은 각자 원하는 농도에 맞춘다. 남은 농축액은 사모바르 꼭대기에 올려둔다. 다음 잔을 내어갈 때까지 열기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모바르는 차를 우리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하루종일 더운물을 공급하는 온수기이자 집 안의 공기를 데우는 난방기와 가습기 역할을 했다.
차 그 자체보다 대화와 사교에 집중하는 러시아
러시아의 차 문화는 단순한 티타임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인들은 차와 함께 간단한 스낵이나 디저트, 때로는 제대로 된 식사까지 함께 하며 대화와 사교를 즐기는 것에 무게를 둔다. 차 그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다 보니 레몬이나 설탕, 꿀 또는 럼주나 보트카를 진한 홍차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러시아 영화를 보면 잼 같은 것을 차에 넣어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체리 설탕 졸임인 '바레네'이다. 전통적으로는 각설탕이나 바레네를 먼저 입에 넣고 차를 한 모금씩 들이켜 녹여 먹었다고 하는데 차에 넣어 즐겨도 괜찮다.
이란으로 전파된 러시아의 사모바르
이란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모바르'를 사용한다. 러시아 무역상이 200년 전에 이란에 소개한 이 상징적인 러시아의 기기는 이란의 가정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이란인들도 러시아인들과 마찬가지로 차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손님은 누구나 차를 대접받는다.
이란에서는 '타로프'라는 전통 차문화가 있다. 대부분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구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부는 이를 훌륭한 매너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타 로프는 두 당사자 사이에 오가는 제스처를 통해 온화함, 존엄성, 절제를 보여주는 예절 표현 방식이다.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처음 무언가를 먹으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항상 거절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밥을 굶었는데도 밥을 먹으려냐고 물으면 사양하는 것과 비슷한 예이다.
이란에서 차를 대접받으면 '시리니'라고 부르는 디저트의 일종이 항상 따라 나온다. 예의를 지키려면 아무리 배가 고프고 먹고 싶어도 이를 공손하게 거절해야 한다. 주인이 다시 권하면 한층 단호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거절한다. 세 번째로 주인이 디저트를 접시에 올려 건네주면, 그제야 허락을 하고 차와 함께 디저트를 즐기는 것을 예의 있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이란에서 차문화에 초대를 받으면 반드시 1차, 또는 2차례 정도는 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으로 러시아의 차문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러시아 차 문화는 그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의 일부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뜻한 분위기와 함께 차를 즐기는 경험은 러시아의 매력 중 하나이므로 러시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사모바르'를 이용한 차 문화를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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