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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동시에 먹고 싶을 때는 아포가토

by 건강수 2023. 7. 24.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더위로 고생하고 있다. 이럴 때 카페를 방문하면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할지, 개운하게 커피 한잔을 마셔야 할지 고민스럽다. 아포가토(Affogato)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모두 충족시켜 주는 1석2조의 후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조금씩 부어서 입에 넣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어느 카페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처음 아포가토를 만나본 사람들은 아이스크림과 커피의 환상적인 조화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포가토는 언제부터 우리에게 선보이며 사랑받았는지 이에 대해 알아보자. 

썸네일 아포가토
아이스크림과 커피의 환상적 조화

 

아포가토(Affogato)

아포가토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부어먹는 디저트를 말한다. 이탈리아어로 '빠지다', '익사시키다'라는 언뜻 들으면 깜짝 놀랄 뜻이 있고 일반적으로 식사 후 후식으로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탈리아에서는 정통 아이스크림인 젤라토 위에 '에스프레소' 샷을 올린다고 하여 '젤라토 아포가토'라고 불린다. 

아포가토의 유래와 역사 

아포가토의 역사는 정확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추측하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 이탈리아에서는 무더웠던 여름에 더위를 이겨낼 방법이 필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얼음을 갈아서 팥과 함께 먹는 빙수처럼 이탈리아에서는 쫀득한 아이스크림인 젤라토가 있었다. 쫀득쫀득하고 시원한 젤라토는 더운 여름에 당을 충전하고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특별한 간식이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커피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렇게 맛있는 간식인 젤라토에 에스프레소 샷을 뿌려서 먹기 시작했다. 단맛과 쓴맛, 극과 극인 그 두 결합은 절대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1884년에 처음 에스프레소 기계가 등장하면서 젤라토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어먹는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건 20세기 후반이다. 영어사전에 '아포가토'라는 단어는 1992년에 등재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던 아포가토가 대중화된 것은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2014년에 아포가토를 새 메뉴로 등장시키면서 시작됐다. 이후 스타벅스가 아포가토 스타일 프라치노를 2016년에 출시함으로써 아포가토는 미국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것으로만 보더라도 스타벅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정통방식으로라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지만, 다양하게 토핑을 올려 먹기도 한다. 캐러멜 소스나 초콜릿 소스를 뿌리기도 하고 시나몬 가루, 초코 파우더를 뿌리기도 하며 견과류, 쿠키 또는 과일을 올려먹으며 아포가토의 맛을 즐긴다. 

먹는 방법

1. 에스프레소 투샷을 추출한다.(참고)약배전 원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약배전 원두는 신맛이 강해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2. 아이스크림 잔에 아이스크림을 큰 스쿱(scoop)으로 한 스쿱(scoop) 넣는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지만, 정통적인 아포가토는 바닐라가 가장 잘 어울린다.) 3.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아이스크림 위에 천천히 붓는다. (바로 아이스크림 위에 붓기보다는 컵 벽에 흘러내리게 돌려 부으면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이 한꺼번에 다 녹아버리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4. 스푼으로 맛있게 떠먹는다. (바로 전체를 섞는 것보다는 조금씩 섞어가며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아포가토와 유사한 디저트

아포가토와 비슷한 종류로는 카페모카, 마키아토, 콘파냐 등이 있다. 카페모카는 초콜릿 소스에 에스프레소를 섞어 먹는 메뉴로 최초의 커피 경작지인 예멘에서 커피 추출이 활발했던 항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예멘은 6세기 경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나무를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지리적으로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는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해 커피를 전파하기에 용이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모카 항구는 이슬람교의 순례길에 위치해 이동하는 순례자들에게 커피를 공급하기에 유리한 곳이었다. 커피의 이름이 카페 모카인 것은 커피 무역이 활발했던 예멘의 항구 이름이 바로 '모카(mocha)'이기 때문이다.  마키아토는 '점을 찍다, 표시하다, 얼룩진' 등의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를 부으면 뜨겁게 데워진 우유가 크레마를 통해 내려가는데 이때 우유 거품이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본래 정통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약간만 넣어 무늬를 만들어 먹는 커피인데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메뉴인 캐러멜 마키아토는 캐러멜 시럽으로 얼룩지게 만든 후 우유양을 많이 더하여 더 대중적으로 먹기 쉽게 만들어진 메뉴이다. 콘파냐도 역시 이탈리아어로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올려서 부드럽게 먹는 커피이다. 크림과 커피를 섞지 않고 그대로 마시며 느끼는 게 포인트이다. 진하고 쓴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생크림이 만나 조화로운 커피로 아포가토랑 가장 비슷한 커피 메뉴라 볼 수 있다. 

요즘은 편의점 등에서 시판되는 아이스크림으로도 아포가토를 즐길 수 있다. 어려서 먹던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살짝 부어서 먹으면 여느 카페 못지않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름에는 차를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는 카페인과 달콤함으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아포가토 한 잔을 마시길 추천한다.